그 사람의 가족

Posted 2008년 01월 14일 01시 45분, Filed under: 일상

남친님의 집은 부산이다. 그의 누나는 직장 때문에 인천에 살고 있다. 그의 누나의 남편은 부산에 산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이제 석달 째에 접어든 신혼부부다. 그리고 주말부부다. 그의 누나의 남편은 한 달에 두 번 이상 서울(정확히는 인천)에 오는데, 이번 주말에 그의 어머니도 함께 모시고 왔다. 어머니가 오셨으니 아들이 출두해야지, 남친님 가는 데면 나도 따라가야지, 그래서 토요일엔 남친님과 함께 인천에 갔다. 그의 누나네 집 근처 고깃집에서 왕갈비를 먹고, 그의 누나의 집으로 돌아가 무한도전을 시청했다. 소화가 조금 되자 맥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남친님의 가족은 대체로 그런 느낌이다. '두런두런'

일요일은 남친님이 쏘는 날. 그리하여 그의 어머니와 그의 누나와 그의 누나의 남편이 왕십리로 왔다. 왕십리역에서 택시를 탔다. 인원이 애매해서 두 대에 나눠탈 계획이었는데, 맘씨 좋은 택시아저씨가 다섯 명을 다 태워주셨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에 도착하자 마침 우리가 내릴 곳에서 아저씨 두 명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섯 명이 차례차례 택시에서 내리는 모양을 보더니, 한 아저씨가 그런다. "버스네, 버스."
우리는 웃었다. 그리고 식당에 들어가 조그만 테이블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9인분을 먹어치웠다. 그곳에선 신선한 한우가 1인분에 1만원~2만원인지라, 남친님은 생각보다 훨씬 적게 나왔다며 뿌듯해한다.

소화도 시킬 겸 용두역까지 걸었다. 용두역에서 신설동으로 가서 다시 1호선으로 갈아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역사 안에 들어가니 그의 어머니와 그의 누나의 남편이 예약한 기차는 이미 출발한 시각이었다. 30분 뒤에 출발하는 기차로 다시 표를 끊고 역사 안에 있는 패스트푸드 점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북적거리는 식당 안에서 가까스로 작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해,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이 기차를 타기 위해 개찰구를 나가고, 남은 세 사람은 가리봉으로 갔다. 그의 누나가 옷이 필요하다고 해서. 가리봉에 도착하자 남친님은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며 벤치에 앉아 쉬었고, 나는 그의 누나와 함께 옷을 보러 다녔다. 그녀는 매우 조그만 체구의 소유자여서 어떤 옷을 입어도 깜찍하게 잘 어울렸기 때문에, 나는 즐거웠다. 대리만족?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2시간 가량 아울렛을 돌며 그녀는 원피스와 레깅스를 샀고, 나와 남친님은 장갑을 샀다.

그의 누나와 구로역에서 작별을 하고 왕십리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좋다, 좋다, 좋다고. 두런두런 다정한 가족 사이에서 자란 이 사람이 내 사람이어서 참 좋다고. 그들을 대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아마 평생 쉽지 않을지도) 왠지 모를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조금은 내 가족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직은 그의 어머니, 그의 누나, 그의 누나의 남편이지만 글쎄 언제쯤일까, 시어머니, 시누이, 아주버님이라고 부를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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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 14일 01시 45분 2008년 01월 14일 0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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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BlogIcon eggleg.net 2008년 01월 16일 00시 04분 Delete Reply

    축하드려요!!!
    저도 요즘 결혼 생각이 부쩍!!!
    곧 좋은 소식의 징조?
    행복하세요!! 으흐흐~

    1. Re: # 은영 2008년 01월 16일 13시 52분 Delete

      감사합니다^^
      알다리님도 짝 있으시니 얼른 추진하세요~ ㅎㅎ
      근데 전 사실, 지난 번에 '같이 사는 女 1인'이 있다고 하셔서, 음 그새 결혼하셨나 했었어요. ㅋㅋ

  2. # BlogIcon Mr.Met 2008년 01월 24일 18시 06분 Delete Reply

    염장 블로그로 바뀌고 있는 이곳..
    구로역이라니 제가 사는곳 코앞이었군요 ㅎ

    아 전 그냥 평생 혼자 살다 갈거 같은데 ㅎㅎ

    1. Re: # 은영 2008년 01월 31일 01시 53분 Delete

      아콩, 죄송해서 어쩌나요;;
      오늘도 염장 포스팅을 해버렸는데 ㅋ;;
      와니님도 곧 좋은 짝 만나실 거예요~ 넘 자조하지 마세요 ㅎㅎ
      그나저나 구로 쪽에 사시는군요~
      가리봉 제법 자주가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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