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노래가 더이상 슬프지 않아

Posted 2008년 03월 18일 01시 16분, Filed under: 생각

 

시작하기 전에 잡설 하나

얼마 전 아침 라디오에서 '나비야'라는 노래를 들었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땐, '오호라 봄이니 나비 난다는 노래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고양이를 부르는 노래인가' 했다. 둘 다 아니었다. 가사를 대충 훑어보면 이렇다.

한밤 널 그리워하다 / 두 밤 널 기다리다가 / 세 밤 널 찾아 나서다 그만
눈물이 나서 울었어 / 우리 헤어진 걸 알아
다신 만날 수가 없는 걸 알아 / 다만 한 번쯤 니가 보고 싶은데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지는데
나비야 나비야 너를 부르던 그 말 / 날 보며 웃어주던 행복했던 그 날
그리워 그리워 니 얼굴이 그리워 / 하루만 더 자고 나면 내 눈에 보일까

그렇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였다. 이 노래를 듣다가 위 가사의 마지막 구절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짜증이 확 치밀어올라왔다.  왜 그녀는 마지막까지 네 곁에 머물며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그건 네가 그녀를 서운하게 만들었거나 아니면 그녀가 너 아닌 다른 남자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겠지.

한때 느끼는 서운함을 참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게 계속 된다면 어느 순간 그녀는 생각할 거야. 내가 왜 이런 놈이랑 사귀고 있어야 하는 거지. 또는, 너 아닌 다른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더라도 한 순간은 참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다른 남자에게 매력의 우위를 내어줘야하는 게 너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장이라면, 언제고 그녀는 다시 다른 남자를 보며 그런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러면 결국 언젠가 그녀는 너를 떠나게 되겠지.

결론은, 너는 그녀에게 최고의 남자가 아니었다는 거야. 미안하지만 너희 두 사람은 언젠가는 헤어질 운명이었다는 거지. 어차피 그렇게 끝났을 인연을 붙들고서 징징거리는 거, 나는 그걸 곱게 들어줄 수가 없다는 거야.

옛날 얘기 하나 해볼까요?
옛날 옛날 신라 때 세달사라는 절에 조신이라는 사람이 살았어요. 그 사람은 그 절에 시주하러 온 김소저를 사랑하게 되었죠. 그런데 어느날 조신의 꿈 속에서 그녀와의 사랑이 이뤄졌어요. 40년을 같이 살며 자녀 다섯을 두었으나 집은 다만 벽뿐이요, 끼니조차 잇지 못했답니다. 마침내 유리걸식하다 굶주림으로 자식을 잃게 되자 부인이 조신에게 이런 말을 하지요.
"(전략) 헤어지고 만나는 것도 운수가 있는 것이니, 제발 지금부터 헤어집시다."
그러자 조신은 어떻게 했게요? 글쎄 천만 뜻밖에도, 매우 기뻐하며 떠났답니다.

이 이야기는 조신이 꿈을 깨면서 세속의 일은 모두 일장춘몽이라 결론짓고 수도에 정진한다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그것은 즉슨, 안 될 인연은 어찌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인연을 이런 식의 결과론으로 치부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한번 헤어졌다면 그건 이미 어떻게 해도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인연이었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물론 헤어진 뒤 다시 잘되는 커플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번 헤어진 커플은 다시 만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헤어질 수 있는 사안을 안고 있고 그로 인해 결국 언젠가는 끝끝내 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헤어진 순간! 제 아무리 인연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헤어진 그 순간 만큼은 슬픔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수 개월 동안,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그 사람과의 좋았던 일 나빴던 일들을 회상할 수 있다. 하지만 슬픔이라면 거기까지. 슬픔에 잠겨 옛사랑을 그리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는 것은 그걸로 그만둬야 한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그 사람을 어떻게 잊어야 할지,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를 고민하는게 훨씬 생산적이다.
잔인하다고? 결코 그렇지 않다. 옛사랑을 그리며 슬퍼하는 것은 자기연민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모든 행위가 결국 자신을 위한 '자기 연민'일 뿐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라.

이별 노래가 더이상 슬프지 않다는 것은 쓸쓸하지만 한편으론 행복한 일이다. 슬퍼하지 마라. 울지 마라. 세상에는 그대를 위한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다. 앞으로 펼쳐질 세상은 그대의 것이다. 과거의 일에 붙둘려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시간이 없단 말이다.

일어나 웃어야 한다. 행복해져야 한다. 세상의 모든 기쁜 일들을 다 가져야 한다. 만남과 이별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삶의 과정이다. 지금 당장의 슬픔에 무너져서는 안 된다. 일어나 진정 이기적으로 그대가 원하는 사랑을 쟁취해야 한다. 그것 하나만 성공하더라도 우리의 인생은 훗날 '행복'이라는 단어로 정의될 수 있으리라.

지난 10년 동안 적어도 열 번 이상의 이별을 경험해온 소견으로 끄적여본 하찮은 글 한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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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3월 18일 01시 16분 2008년 03월 18일 0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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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BlogIcon eggleg.net 2008년 03월 18일 07시 05분 Delete Reply

    구구절절 동감하고 공감하는 내용이 많아요.
    " 안 될 인연은 어찌 해도 안 된다는 것 "
    이부분은 정말이지 500% 대공감 이에요.
    머 제 경험도 그러했었구요. 그 이후로도 쭉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자기연민에 빠지면 굉장히 위험? 한데 주변에 보면...
    참 많은 사람이 빠져 살고 있더군요.

    10년의 연애를 끝내고 나서 3개월 후에야...
    " 인연이 아니구나..아니었구나.. " 깨달았는데..우후훗~
    그 3개월 동안에 참 많은걸 깨달았는데..결국 한가지라는것..-_ -);;

    아우~ 아침에 이글 봐서 너무 좋은데요?
    (글 기다렸어요!!! 저 애독자? 아무래도 중독;;;)


    ps. 엇.. -_ -);; 은영님도 null 경고창이;; 확인부탁드려요.
    비밀글->수정->체크풀고-> 은영님신공?으로 글 남기고 가요..

    1. Re: # BlogIcon eggleg.net 2008년 03월 18일 09시 28분 Delete

      앋;;;악;; ㅠ_ ㅠ);; FF3 에서 댓글 쓰다가...비밀글 체크하는거 잊고..
      눌렀는데...무반응..ㅠ_ ㅠ);;
      다시 씁니다;; 에잌;;
      플러그인쪽 문제 아니면..스킨쪽 문제라고 하더군요;;
      플러그인 쪽 문제라면..다 풀거나 아니면 체크를 하나씩 풀어보거나...아니면 그반대로;;;삽질을;; =_ =);;;

      포스팅;;; 저도...저도...은영님 처럼 글 맛있게? 쓰고 싶어요 T_ T);;;

    2. Re: # 은영 2008년 03월 18일 09시 32분 Delete

      어라라 왜 그럴까요;ㅂ; 저는 관리자모드 단축키가 안 먹는 현상이;;
      윈도우즈냐, TT냐, 뭐가 문제냐~ ㅠ.ㅠ

      밤에 술 먹고 정신 없이 막 쓴 글이라 좀;; 격하네요 ㅎㅎㅎ
      저도 한때 자기연민에 푹 빠져 살았지요.
      그땐 세상 모든 슬픔이 다 내것인 줄만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어쩌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것들을 깨닫는 것도 삶의 한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당. ㅎㅎ

      제 글에 중독되셨다니 감사&축하드려용~ 애독자님~ *^0^*
      그나저나 알다리님도 포스팅 좀 ;ㅂ;

    3. Re: # 은영 2008년 03월 18일 09시 36분 Delete

      댓글 테스트~
      아무래도 스팸 코멘트/트랙백 차단 플러그인 때문인 것 같네욥 ;ㅂ;

  2. # BlogIcon 앙증맞은 너구리양 2008년 03월 18일 21시 46분 Delete Reply

    안녕하세요 ^_^ );;

    알다리 오빠 블로그 통해서 간간히!! 글을 탐닉 (?) 하는..

    너구리양입니다 ~ + _+

    은영님 블로그에 글이 너무 재미나요~ + _ +

    맨날 흔적안남기다가 ;;; 헤헷;;; 오늘은 용기내서 블로그에

    흔적 냄기고 가요 ^_ ^

    항상 건강하시구요~ +_+ 저두 간간히 글 읽고 흔적 냄기고

    갈꼐요 ^_^ 헤헤~ 좋은 하루 되세여 ^_ ^

    1. Re: # 은영 2008년 03월 19일 08시 56분 Delete

      우왕~ 너구리님, 반가워요 ^^
      재미나게 읽고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세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

  3. # BlogIcon 앙증맞은 너구리양 2008년 03월 20일 06시 44분 Delete Reply

    ㄲ ㅑ르르륵~ + _ +

    언니 왕팬이에요 ~~ + _+

    우리 알다리군은 -_- 맹날 포스팅도 안하구;;

    저는 아직 블로그 만드는 것보다;; 이리 보는 재미에 ^_^;;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활기찬 하루 되세여 ^__^

    1. Re: # 은영 2008년 03월 20일 12시 00분 Delete

      오옷~ 부지런한 너구리양이시네요.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ㅂ+!!
      왕팬이시라니, 무지 감사하고 무지 부끄럽고 그렇네요. >_<);;
      알다리님이... 블로깅을 좀 뛰엄뛰엄 하시는 경향이 있지요 ㅎㅎㅎ;;;
      자주 들러주세요~
      전 다른 사람 글 구경하는 것보다 제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눈팅만으로는 못 참겠던데~ ㅋ
      너구리양도 블로그 만들어요~ >_<)/

  4. # BlogIcon 현영 2008년 03월 20일 11시 48분 Delete Reply

    몇 년 전 나의 이야기를 보는 듯 하군요.
    행복은 내 지상 최대의 목푠데
    가끔 안된단 말이죠. 요즘 특히 더.
    ...봄 타나 봐요...!

    1. Re: # 은영 2008년 03월 20일 12시 20분 Delete

      행복이야 말로 고대 철학에서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거론되고 있는 쟁점아니겠니. 그런 만큼 행복은 손쉽게 얻을 순 없는 놈이지. 하지만 행복의 기준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편으론 누구든지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도 있는 거잖아. 결국 마음 먹기에 달린 거 아닐까.
      음...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면에선 행복하지만 저런 면에선 불행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범주가 달라버리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이라, 합산에서 +-를 따져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ㅡ.ㅡ;; 아 머리;;

      봄 타서 그런 거야? 난 박기도군 만난 뒤로는 봄병도 싹 나았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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