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의 기술

Posted 2007년 12월 11일 23시 41분, Filed under: 일상
지난주부터 감사하게도 아르바이트를 하나 시작하게 되었다. 일 거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그것이 또 글쓰는 일이라 더욱 감사하고, 게다가 원고료까지 제법 쎄서 더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전혀 생소한 분야인 '원자력' 관련 인사를 인터뷰해야 한다는 점, 더군다나 그들이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압박한 느끼고 있다.

인터뷰 기사를 쓰는 일은 잠깐이었지만 작년에 해봤던 경험이 있다. 불우한 이웃을 만나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썼었다. 그들의 삶을 글로 옮기며 눈물도 흘렸다. 삶이 힘들고 슬프고 버거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자칫 나의 말이 그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 또 조심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엔 정 반대의 고민을 해야 한다. 내 질문의 의도를 그들에게 어떻게 정확하게 전달할 것인가. 지난주에 있었던 첫번째 인터뷰는, 통역이 있다는 말만 철썩같이 믿고 영어로 질문을 준비해가지 않는 바람에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아예 듣지도 못했다. '원자력 발전소' 때문이었다. 'Nuclear Power Generating Station' 이라는 말을 고심 끝에 생각해냈지만, 그들은 나의 말을 끝끝내 알아듣지 못했다. 통역해 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 또한 전문 통역자가 아니었던 관계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못했다.

문제는 비단 의사소통에만 있지 않았다. 인터뷰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듣는 동안 크게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나는 질문만을 했을 뿐 그들과 '대화'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질문: 한국에서 연수를 받게 되어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답변: PET1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질문: 네, 그럼 다음 질문은...
지금 드는 생각으로는, 나는 그 다음 질문을 하기에 앞서 그들의 답변을 받아서 "그럼 베트남의 PET 현황은 어떤가요?" 라는 식의 질문을 했어야 했다. 학부 때 수강했던 "화용론"이 새삼 떠오른다. 너무나 당연한 대화의 기술: 주고 받기.

인터넷에서 '인터뷰의 기술'을 검색하다가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 질문을 짧게 하라(“색깔없는 질문은 보통 색깔있는 답변을 내게 한다”).
- ‘네/아니오’가 나오는 질문은 삼가라(“배우를 하기가 힘듭니까?”가 아니라 “배우를 하면 어떤가요?”).
- ‘누가/무엇을/어디에/언제/왜’에 초점을 맞춰라.
- 인터뷰 대상의 감정을 대신 표현하지 마라(“상을 탔을 때 기분이 황홀했을 것 같아요”가 아니라 “상 탔을 때 어떤 기분이셨어요?”).
- 인터뷰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마라.
- 대화를 하듯 하되 절대 대화에 끼지는 마라.
존 사와츠키 (저널리스트)
전문 보기

아아, 뭔가 선명해 지는 느낌!
내일은 대전에서 인터뷰가 두 건이나 잡혀 있다. 자기 전에 원자력 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좀더 공부를 해두어야 겠지. 조금 전 있었던 저녁 약속에서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1. PET: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해 암을 진단하는 핵의학 기술의 하나.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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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1일 23시 41분 2007년 12월 11일 2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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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BlogIcon eggleg.net 2007년 12월 15일 01시 46분 Delete Reply

    글을 쓰는 일과 말을 하는 것
    두가지 전부 힘든일 같아요.
    열정을 가지고 일하시는거 보니까 좋은데요.^ _^)乃

    1. Re: # 은영 2007년 12월 18일 23시 42분 Delete

      덕분에 원자력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ㅋㅋ ㅠㅠ
      열정이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에요.
      정말이지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어요.
      알다리님 늘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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