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2. 소래포구에서(2002.12.18)
Posted 2008년 02월 21일 11시 14분, Filed under: 느낌
"이곳이 소래포구란다."
좁아터진 외길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줄을 따라
한참동안이나 걸어 들어온 후에야
비로소 눈앞에 펼쳐지는 작은 항구
그 곳이 소래포구입니다.
기대만큼 멋있는 곳은 아니어서
조금은 실망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내 가슴을 '탁'하며 때리고 지나갑니다.

"뭐지?"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러자 기억 한 구석에 묻어두었던 그 작은 것들이
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내 고향도 바닷가였단다."
길을 걸을수록 짜디짠 바다 내음이 더 진하게 풍겨옵니다.
내 고향도 꼭 이렇게 생긴 바닷가였다고
나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항구에는
과연 저걸로 바다에 나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낡은 배들이 몇 척 정박해 있었고
꼭 그 배마냥 늙은 선원이
아직까지 짠내가 풀풀 풍기는 두꺼운 로프를 어깨에 감고서
어디론가 바삐 가고 있었습니다.

나의 고향을 한번쯤 방문했던 사람들은
그곳을 그냥 그런 관광지로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도 그곳은 아무런 특별함도 없는
그냥 그런 작은 도시였을 뿐이니까 말입니다.

바다는 늘 잔잔했고 배들은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항구 옆 좁은 주차장에선
열 대여섯 먹은 남자아이들이 공을 차고 놀았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근처 수산물 시장에 갈 때마다
나는 남자아이들의 공이 무서웠고
바닷가 짠내에 머리가 아팠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그곳 생각이 이렇게 간절해 지는 것은
소래포구의 짠내 때문이었을까요.
기억의 연상작용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서
쉽사리 나를 놓아주려 하지 않습니다.

"누나, 거기서 뭘 찍고 있어요?"
오래된 기억을 하나 둘 떠올리며 곱씹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계속 흐릅니다.
나는 이곳에서 나의 고향을 찍고 있었노라고
차마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입석까지 빽빽하던 기차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내리고 내리고
텅빈 기찻간 객실 복도로
어린 것들이 맘껏 뛰어 다녀도 좋을 때에야
비로소 도착하는 그곳.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다
더 이상 갈 길이 없어 멈추는 그곳.
내 인생이 시작된 그 종점의 기억이 머릿속에 가득 떠오릅니다.

처음 가 본 낯선 포구에서 그만 향수에 젖어 버린 것은
나의 고향도 바닷가이기 때문입니다.
02/12/15
소래포구
Photoshop7.0
01, 10 : curves, resize / 나머지 : curves, saturation-70, contrast, resize
@ DCinside 후지동 200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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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몇 번 갈아엎는 사이 깡그리 소실된 옛날옛적 사진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소래포구 연작.
그 외에도 200만 화소 짜리 똑딱이 디카로 열심히 꽤 잘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있었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우려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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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같은 거랄까요?
그런게 묻어 나는 느낌의 사진들이에요.
저도 예전 사진들 보면 사진 마다 특유의 느낌들이 있는데..
같은 느낌으로는 이제는 절대로 못찍을것 같아요.
현재 DSLR 을 가지고 사진질을 하고 있지만..예전 완전 자동로 찍던 사진의 느낌은 가질수가 없네요. ㅠ_ ㅠ);;
저도 이번 기회에 우려 먹어 볼까나요;; 우후훗~
사진 많이 기다렸어요!!!-
저도 예전의 그 느낌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아요.
세상의 때가 너무 많이 묻어버린 걸까요 ㅡ.ㅡㅋ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ㅠ.ㅠ
알다리님 재탕 사진들 기대하고 있을게요.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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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네요. 너무, 멋진 사진입니다. 근데, 소래포구가 어디죠? 제가 좀 지리에 무식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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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논현동(論峴洞)에 있는 어항. 이라고 나오는군요.
동인천역에서 버스타고 10여분 정도 들어가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흐릿흐릿해서;; 저도 네이버에서 검색해보고야 생각이 났습니다. ^^
수산시장이 북적북적~ 재미있는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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