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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가 떠나고

Posted 2008년 01월 31일 01시 47분, Filed under: 일상

남친님은 오늘도 야근. 12시 25분에 여의도에서 지하철을 탔다고 전화가 왔다. 그가 2호선으로 갈아타는 왕십리역의 성수방면 막차는 12시 54분.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고 싶어 왕십리역으로 나갔다. 2호선 플랫폼에서 막차 시간을 확인하고 그가 과연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았다. 간당간당하다.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타야한다. 나는 한편으론 그가 막차를 탈 수 있기를, 또 한편으론 그가 막차를 놓치기를 바라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만큼 더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52분경 왕십리역에 도착해버린 그. 1분정도 였을까. 마주 서서 손을 잡고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
맞은편 플랫폼의 불은 이미 모두 꺼졌고 우리가 서 있는 성수방면 플랫폼에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성수행 막차가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기가 무섭게 열차가 도착했고 텅 비다시피한 열차는 곧 남친님을 태우고 떠나갔다.
아주 잠깐, 그 막차에 함께 타고 가버릴까 아님 막차를 타지 못하게 할까 망설였지만, 우리는 서로를 위해 조금만, 조금만 더 냉정해지자고 했다.

막차가 떠나고 플랫폼을 걸어나오는데 등 뒤의 불빛이 하나 둘 꺼지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플랫폼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개찰구를 나오자 "왕십리역의 모든 열차 운행이 종료되었습니다." 라고 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나에겐 쓸쓸한 이별의 시간이었지만, 역무원들에겐 고대하던 퇴근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뭘 타고 집으로 돌아갈까.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불도 모두 꺼진 지하철역의 모습을 상상하자 이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연극이 끝난 후"

마음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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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 31일 01시 47분 2008년 01월 31일 0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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