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잘못 거셨습니다
Posted 2008년 04월 30일 18시 49분, Filed under: 일상3년이 넘었다. 지금 사는 오피스텔로 이사를 하고 집 전화번호를 바꾼 지가. 그 3년 동안 우리집으론 거의 매일같이 '현국이 어머니' 또는 '최종훈씨'를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아니라고 말하면 그들은 당당하게 전화번호 확인까지 한다. 그때마다 나는 번호는 맞는데 현국이네 집은 아니라고 다시 대답을 해야 한다. 집 전화를 없애버려야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생긴다.
처음엔 화가 났다. 이 사람들은 왜 집 전화번호를 바꾸고도 주변에 알리지 않았을까. 혹시 로또 당첨이라도 되서 외국으로 날라버린 걸까. 혼자서 별별 상상을 다하며 그들을 원망했다.
1년 정도 지나자 현국이네 식구들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 이름, 아이 아버지 이름. 어머니 이름도 한 두번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현국이는 아마도 초등학생일 것이다. 학습지 회사, 과외 업체에서 전화가 많이 온다. 젊은 사람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현국이 어머니를 찾으면 그들은 십중팔구 과외교사다. 학습지 회사 직원은 나이가 좀더 들어보이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현국이네 집이 아니라고 하면, 혹시 집에 아이 없냐고 물어본다. 투철한 영업 정신은 가상하나 불행히도 우리집엔 애가 없단다. 서른살 먹은 어른아이가 하나 있긴 하지만.
그들은 금호동에 살았다. '현국이네 집 아닌데요'라고 대답하자 '금호동 아닌가요?'라는 응답이 들려왔던 적이 한번 있었고, 총선 기간에 성동갑 지역구 출마 의원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길래 '여기는 성동을 지역구'라고 대답해줬더니 '다시 금호동 아닌가요?'라는 물음이 돌아온 적이 있었다.
대단치 않은 사실이지만 그 가족에 대해 몇 가지 정보를 알고 나니 괜시리 정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미혼의 몸으로 전화상으로나마 '누구누구 어머니 아니냐'는 말을 듣는 것은 몹시 기분 나쁜 일이지만, 그것도 3년 넘게 듣다보니 익숙해졌다.
불편한 점이라면, 엉뚱한 전화를 받느라 하던 일이 중단된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나마도 많이 뜸해졌다. 3년전엔 하루에 서너통씩 오던 게 지금은 하루 건너 한통 정도 온다. 한때는 전화 안내 멘트로 아예, "현국이네 집 아닙니다. 최종훈씨 댁 아니에요. 부동산 투기 관심없습니다. 메가티비 필요없어요." 라고 녹음을 해버릴까 고민도 했지만, 하루에 한두번 가끔 울려주는 전화벨소리는 의외로 기분을 환기시켜주기도 한다. 심심하던 차에 짧게나마 내용없는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정작 나보다 불편할 사람은, 현국이네 집의 바뀐 전화번호를 알지 못해 연락이 끊긴 그 가족의 지인들일지도 모른다. 잘못 걸린 전화라도 조금은 더 친절하게 받아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화가 났다. 이 사람들은 왜 집 전화번호를 바꾸고도 주변에 알리지 않았을까. 혹시 로또 당첨이라도 되서 외국으로 날라버린 걸까. 혼자서 별별 상상을 다하며 그들을 원망했다.
1년 정도 지나자 현국이네 식구들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 이름, 아이 아버지 이름. 어머니 이름도 한 두번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현국이는 아마도 초등학생일 것이다. 학습지 회사, 과외 업체에서 전화가 많이 온다. 젊은 사람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현국이 어머니를 찾으면 그들은 십중팔구 과외교사다. 학습지 회사 직원은 나이가 좀더 들어보이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현국이네 집이 아니라고 하면, 혹시 집에 아이 없냐고 물어본다. 투철한 영업 정신은 가상하나 불행히도 우리집엔 애가 없단다. 서른살 먹은 어른아이가 하나 있긴 하지만.
그들은 금호동에 살았다. '현국이네 집 아닌데요'라고 대답하자 '금호동 아닌가요?'라는 응답이 들려왔던 적이 한번 있었고, 총선 기간에 성동갑 지역구 출마 의원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길래 '여기는 성동을 지역구'라고 대답해줬더니 '다시 금호동 아닌가요?'라는 물음이 돌아온 적이 있었다.
대단치 않은 사실이지만 그 가족에 대해 몇 가지 정보를 알고 나니 괜시리 정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미혼의 몸으로 전화상으로나마 '누구누구 어머니 아니냐'는 말을 듣는 것은 몹시 기분 나쁜 일이지만, 그것도 3년 넘게 듣다보니 익숙해졌다.
불편한 점이라면, 엉뚱한 전화를 받느라 하던 일이 중단된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나마도 많이 뜸해졌다. 3년전엔 하루에 서너통씩 오던 게 지금은 하루 건너 한통 정도 온다. 한때는 전화 안내 멘트로 아예, "현국이네 집 아닙니다. 최종훈씨 댁 아니에요. 부동산 투기 관심없습니다. 메가티비 필요없어요." 라고 녹음을 해버릴까 고민도 했지만, 하루에 한두번 가끔 울려주는 전화벨소리는 의외로 기분을 환기시켜주기도 한다. 심심하던 차에 짧게나마 내용없는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정작 나보다 불편할 사람은, 현국이네 집의 바뀐 전화번호를 알지 못해 연락이 끊긴 그 가족의 지인들일지도 모른다. 잘못 걸린 전화라도 조금은 더 친절하게 받아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Tag :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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