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가정=?
Posted 2008년 04월 10일 23시 25분, Filed under: 생각어쨌거나 선거는 끝났다. 누구는 울었고 누구는 웃었고 누구는 실망했고 누구는 기뻐했다. 그 가운데 누구보다도 허망했을 한 집단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평화통일가정당.
한때 '국교로 삼아주면 외채를 모두 갚아주겠다'고 선언했을 만큼 막강한 통일교의 재력을 기반으로 전국의 거의 모든 선거구에 후보자를 등록했던 평화통일가정당.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전국의 방방곡곡에 그들의 현수막이 나붙지 않는 동네가 없었고 '평화통일가정당가정당'하는 노래가 울려퍼지지 않는 동네가 없었던 평화통일가정당. 그럼에도 언론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고 심지어 개표방송에서조차 '무소속·기타'로 분류되고 말았던 평화통일가정당. 저러다 진짜로 그들이 정계에 진출에 온 나라에 통일교를 퍼트리지나 않을까 유권자들을 내심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던 평화통일가정당. 진보신당이 '0석 굴욕'이라는 기사의 주연으로 등장하는 사이, 같은 '0석'이면서도 그런 기사에 단역으로조차 끼지 못했던 평화통일가정당.
며칠 전 구경이나 해볼 요량으로 핸드폰 가게에 들어가 주인 아저씨한테 이것 저것 물어보며 설명을 듣고 있는데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평화통일가정당 운동원 두 명이 들어와 인사를 했다. 아무도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들이 씩씩하게 몇 마디 말을 던졌지만 주인 아저씨는 귀찮아 죽겠다는 말투로 잡상인 취급하듯 그들을 내쫓았다. 얼핏 바라본 그들의 뒷모습이 조금 안스러웠다.
그들은 이번 선거에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었을까. 그들은 왜 굳이 정치판에 뛰어들려 하는 걸까. 매일 아침 유세차량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하던 젊은이는 당원일까, 교인일까, 아니면 알바였을까. 평화통일가정당에 대한 수많은 궁금증, 그보다 더 크게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거부감, 한편으론 동정 한편으론 두려움, 하지만 결국 덩치만 큰 골리앗에 불과했다는 안도감.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이 뒤얽히는 가운데 한 가지 확실하게 떠오르는 결론은, 아무쪼록 다음 선거에서는 '평화통일가정당'이라는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일각에선 평화통일가정당이 이번 선거에 출마한 목적은 당선이 아니라 다른 데에 있다고도 말한다. 그것이 대중의 관심끌기였다면 적어도 나는 그들의 목적에 부합된 셈이다. 소름이 돋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