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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와 황소곱창

Posted 2008년 03월 03일 19시 42분, Filed under: 일상
지난 주 목요일, '오늘도 무사히' 취재를 마치고 동대전 터미널에서 동서울행 버스 표를 사고 있는데 형부한테서 전화가 온다. '주말에 일이 있어 서울에 갈 참인데 처제와 박기도군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형부는 서울에 꽤 자주 온다. 하지만 워낙에 공사다망하시다보니 막상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어쩌다 시간이 나는 날에는 박기도군이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함께 만난 적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는 '처제와 박기도군을 만나기 위해' 서울의 지인들에게 일체 연락을 하지 않았다 하시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형부에게 박기도군을 보여주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검증되고 인정 받은 큰사위의 '정씨 집안 사위 되기 특강'을 들을 수 있기 때문.
흥분되는 마음으로 토요일 오후로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형부가 평소 답지 않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근데 처제, 내가 서울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아유, 말씀만 하세요. 어디든지 안내해드려야죠."
당연히 내가 잘 알지는 못해도 들어본 적은 있는 유명한 장소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고대 앞에, 아니 교대 앞인가? 아무튼 황소곱창이라는 데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라는 것이 형부의 대답이었다. 고대앞 황소곱창? 교대앞 황소곱창? 왕십리 곱창골목이 아니고?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일단 알아보겠노라 대답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네이버에서 '고대앞 황소곱창'으로 검색을 해봤다. 옳다구나, 블로그 하나가 검색됐다. "고대 황소곱창" 이라는 제목의 포스트였다. 대창구이가 특히 맛나다는 내용의, 사진을 곁들인 포스트. 그러나 그곳의 위치나 전화번호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대앞 황소곱창'의 존재는 확인한 셈이니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위치를 알려주십사하는 댓글을 남기고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고대 황소곱창" 포스트에 다시 접속해보았으나 댓글에 대한 답변은 달려 있지 않았다. 좀더 기다려볼까 하다가 구글로 가서 다시 검색을 해봤다. 고대 커뮤니티의 먹자 게시판에서 댓글 몇 개가 검색되었다.
곱창은 참살이길 황소곱창!!!!!!!!!!!!!!!!!!!!!!!!!!!!!!!!!!!
왕갈비집 앞에 황소곱창집... 대창이 죽여줍니다.
이가네 황소곱창..;;;이 괜찮죠..;;; 갑천하 근처입니다.
여기에서 황소곱창의 위치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몇 가지 얻을 수 있었다. 먼저 고대앞 '참살이길'은 안암역에서부터 안암로터리로 이어지는 먹자골목을 말한다. '왕갈비집'은 고대앞 요식업체 등록정보를 샅샅이 살펴본 결과 역시 참살이길에 있는 '숯불왕갈비' 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갑천하라는 곳은 다행히도 네이버 지역정보에서 위치를 확인할 있었는데 역시나 '숯불왕갈비' 근처였다. 이와 같은 사실을 근거로 황소곱창의 위치에 대한 심증을 거의 굳힐 무렵, 결정적인 포스트를 발견했다. "고대 (안암역) 이가네 곱창·막창"이라는 제목에, "위치는 안암역에서 맥도날드 골목으로 쭈우욱~ 맥도날드 앞 골목에서 찾을 수 있어요"라는 친절한 설명에, 황소곱창집의 간판을 찍은 사진까지 업로드되어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그 가게의 정확한 상호는 "이가네 황소 곱창 숯불 막창"이었다. 이러니 황소곱창으로 암만 검색을 해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토요일, 오후 5시경 다시 형부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번 통화에서 내가 '고대앞 황소곱창'이라는 말을 듣고 당황한 것을 눈치챘던 모양인지 그냥 왕십리 곱창골목으로 가자고 한다.
"에이~ 거긴 돼지곱창밖에 없어요."
라고 형부를 회유, 마침내 의기양양하게 고대앞 황소곱창을 찾아나섰다.

철저한 사전조사 덕에 '이가네 황소곱창 숯불막창'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둥그런 스테인레스 테이블이 열 개 남짓 놓여 있는 아담한 가게였다. 곱창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었는지 손님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양곱창 2인분과 대창 1인분을 먹어치우고 대창과 막창을 1인분씩 추가로 주문할 무렵엔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손님이 불어나 있었다. 형부와 나와 박기도군은 '정씨 가문 사위 되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한편 황소곱창의 저렴하고 맛 좋은 곱창에 푹 빠져들었다.

사실 바로 그 전 주에 박기도군과 나는 강남의 그 유명하다는 오발탄에 양곱창과 대창을 먹으러 갔었다. 주차장에 가득 들어차 있는 외제차와 고급 승용차에 한번 질렸고, '곱창집' 분위기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깔끔한 인테리어에 한번 더 질렸다. 거기다 잘못 씹어먹은 마늘에 속이 뒤틀려서 또 한번 질렸고 1인분이 3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다시 한번 질렸다. 그렇게 맛있다는 양곱창과 대창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돌아왔던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그런데 황소곱창의 양·대창·막창은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불어넣있기에 이토록 내 입에 쏙 맞는단 말인가. 대학가라는 편안한 분위기 탓이었을까, 주위에서 늘 보아오던 소탈한 '곱창집' 분위기 탓이었을까, 주인 아저씨의 편안한 인상 탓이었을까, 아니면 오발탄의 반 밖에 안 되는 저렴한 가격 탓이었을까.
나는 전 주 오발탄에서 두어점 집어먹고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느끼하다고 단정지었던 대창을 황소곱창에서는 배가 터지도록 씹어 먹고 있었다. 그곳의 환경이나 가격으로 그 이유를 대기 이전에, 그만큼 맛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오발탄과 비교하면, 잘 모르겠다. 그곳에서 나는 곱창의 맛을 방해하는 여러 요소들에 너무 일찍 질려버렸기 때문에.

셋이서 소주 네 명을 마셨고 양·대창·막창을 모두 5인분 먹었다. 서비스로 콜라가 한 병 나왔다. 세 사람 모두 기분 좋게 취하고 기분좋게 배를 채운 저녁이었다. 형부는 이집 곱창을 먹은 것만으로도 서울에 온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다 했다. 박기도군과 나는 다음에 소곱창 먹을 땐 꼭 이 집에 오자고 맹세했다. 고대앞 황소곱창, 찾느라 힘들었지만 그만한 보람이 있는 곳이었다.

그러면 잠깐, 황소곱창의 위치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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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3월 03일 19시 42분 2008년 03월 03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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